"영장판사 색출"…새벽 '무법천지' 서부지법 '공포의 3시간'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은 폭격을 맞은 듯 참혹한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난입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렸던 법원 후문과 정문 통로에서 멀쩡한 외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에는 갈색 외벽 조각과 깨진 유리창, 부서진 경찰 바리케이드 조각, 태극기 등이 뒹굴고 있었다. 폭도들이 장악했던 서부지법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기 시작한 시간은 이날 오전 2시50분께였다. 구속영장 결과를 기다리며 경찰과 대치하던 시위대는 윤 대통령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에게 원색적 욕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변의 시위대들이 동조하며 이들은 한껏 고무됐고, 시위대는 점차 경찰의 경계가 약했던 법원 후문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법원 난입을 시도했다.

폭도로 변한 시위대들이 "나라가 망했다" "판사 나와라" 등을 외치며 후문을 막고 있던 경찰과 대치했다. 5m 남짓 너비의 후문으로 시위대들이 몰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경찰 바리케이드는 이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경찰 저지선이 무너지자, 시위대가 경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뚫렸어" "빨리 가"라는 고성에 흥분한 시위대는 경찰을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경찰은 방패로 막으면서 저항했으나, 시위대는 경찰 방패를 뺏고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사정없이 깨부쉈다.

청사 입구에 닿은 이들은 다시 경찰이 만든 벽에 부딪혔지만, 저지선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지지자 중 일부가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 100여명이 법원 내부로 진입한 건 오전 3시21분께였다. 유리창을 깨 그 틈으로 진입하고 청사 입구의 셔터를 들어 올려 망가뜨렸다.

이들은 법원 내부를 활개 치며 소화기나 차단용 쇠봉 등 내부 집기를 이용해 유리로 된 법원 차단문 등을 깨뜨렸다.

법원 내부의 서버실에 침입해 물건을 부수고 물을 붓고, 법원 각 층을 돌아다니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다행히도 차 부장판사는 법원 안에 없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경찰은 기동대 1400명을 뒤늦게 투입해 폭동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오전 6시께 법원 내부에 있던 시위대를 모두 몰아내고 "법원 질서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압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 46명을 공무집행방해,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 방해 등으로 연행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모두 86명이 일선 경찰서에 연행됐다.

경찰 부상자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관 9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4명은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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