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시대] '강경 보수' 총리 취임…한일 관계 악화되나

기사등록 2025/10/21 16:57:45

관계 악화 우려 속 '현실 노선 모색할 것' 목소리도

전문가 "그동안 발언해 온 것 바꿀 가능성도"

"아베도 얼굴은 매, 몸은 비둘기…균형 이뤄"

[도쿄=AP/뉴시스]21일 새로운 일본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도쿄 총리 관저로 들어서고 있다. 2025.10.21.
[도쿄=AP/뉴시스]21일 새로운 일본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도쿄 총리 관저로 들어서고 있다. 2025.10.21.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21일 일본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각각 진행된 총리지명선거에서 '우익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집권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할 것으로 보이는 그가 총리 자리에 오르며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그의 강경 보수 성향은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과 외교에서 현실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0일 일본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치적 계보를 계승한 그는 그 유산을 무기로 외교를 펼치겠다는 생각"이라며 외교 아킬레스건은 "중국, 한국과의 관계"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에서 고(故)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으며 보수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파벌 구 아베파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이름을 4번이나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가 내걸었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대해서도 "외교의 기둥으로서 계승해 시대에 맞게 더욱 진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 아래 한일 관계는 "냉각됐다"고 신문은 짚었다. 요미우리는 한국 언론들이 다카이치 총리를 '여성판 아베'라고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변수는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 과정에서는 총리 취임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는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 한국과 중국이 크게 반발했다. 당시 미국도 이례적으로 나서 실망을 표명하면서, 이후로 일본 총리들은 참배는 보류하고 공물을 보내고 있다.

요미우리는 만일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면 중국, 한국뿐만 아니라 일미한(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교안보 면에서 아베 전 총리보다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할 수도 있다.

신문은 "아베 전 총리는 중국과 '전략적 호혜관계'를 내세우는 등 현실주의적인 면"도 있었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그와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싸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알겠으나 현실적으로 이게 내 한계다. 나머지는 다카이치가 총리가 된 후에 해 달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전문가는 그가 한국과의 외교에서 현실적인 노선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카바야시 미에코(中林美恵子) 와세다(早稲田)대학 정치학 교수는 21일자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외교정책을 내다보기 어렵다면서도 "힌트가 되는 것은 총리가 되어서도 꼭 야스쿠니 신사에 가겠다고 하거나 한국 등에 아주 엄격한 태도로 임하거나, 국내 우파가 보면 기분이 좋은 정책을 계속 발신해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지금까지 발언해 온 것을 바꿀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향후 그의 외교 정책을) 읽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발언해왔던 것처럼 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외교 정책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나카바야시 교수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도 "미국 전문가들은 매의 얼굴을 하면서 사실을 몸은 비둘기였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속이는 것도 좋은 의미에서 잘했다고 한다"며 "일본 내에서는 매파(우파)를 기쁘게 하며 외국에 가면 그렇지 않은 얼굴을 보여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그것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도쿄=AP/뉴시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2025.10.21.
[도쿄=AP/뉴시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2025.10.21.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총재로 당선된 후, 국회 총리지명선거를 앞둔 지난 17~19일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秋季)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 중 참배를 보류했다.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 제사 기간 중에는 참배하곤 했던 그가 이번에는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외교 영향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통신은 그가 "외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달 하순부터 국제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등 중요한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다며 "참배한다면 중국, 한국이 반발하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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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10/21 16:57:4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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